MBC TV 수목드라마 '로열 패밀리'의 중심에는 이름이 아닌 'K'라는 이니셜로 불린 김인숙이란 여인의 일생이 있었다.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 인숙의 지난 세월을 뒤로한 채 '로열 패밀리'가 28일 막을 내렸다. 인숙이 인간임을 증명해내는 과정은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물음표를 던졌고, 우리 사회의 병폐를 꼬집었다.

때론 감동적이었고, 때론 불화통이 치밀어 올랐으며 때론 소름이 끼쳤다. 특히 염정아와 김영애가 맞붙었던 몇몇 장면들은 잊기 힘든 순간이었다. '로열 패밀리'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 명장면 다섯 장면을 꼽아봤다.


◆ 공 회장의 싸늘한 눈빛 "저거 치워"(1회)

공순호(김영애 분) 회장은 철저하게 사업적이고 냉철한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둘째 아들 동호가 별 볼일 없는 집안 출신인 인숙(염정아 분)과 결혼 후 그는 인숙을 이름 대신 'K'라고 부르며 그를 그림자처럼 살게 했다.

헬기사고로 아들 동호가 세상을 떠난 뒤 공 회장의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화살은 인숙에게 향해졌다. 공 회장은 장례식에서 슬픔에 겨워 쓰러진 인숙을 보고 "저거 치워"라고 지시했다. 싸늘한 눈빛과 함께.

◆ 공 회장, 지훈-인숙 관계에 폭발, 그러나…(5회)


공 회장은 그간 인숙이 지훈(지성 분)을 후원해 온 사실을 알게 되며 결국 폭발했다. 이에 인숙과 지훈은 감금되는 위기까지 처했다. 그러나 지훈은 특유의 영리함과 현명함으로 난관을 극복해냈다.

그리고 인숙은 마침내 공회장과 함께 구호단체 행사장이란 공식석상에 등장하며 유력 대선후보 부인이자 자신의 오랜 친구인 진여사와 대면했다. 벼랑의 끝에서 부활하게 된 인숙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지훈의 광기 어린 독백(12회)

지훈은 조니의 피살사건을 파헤치던 중 인숙이 조니가 애타게 부르던, 친모 마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워 했다. 애써 인숙과 관련된 불길함 예감을 떨쳐버리려 했으나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인숙이 조니의 친모라는 사실이 명백해 질수록 지훈은 공포에 떨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이에 지훈은 실성한 사람처럼 혼잣말을 했다. 눈에 핏발도 섰다. 지성의 광기 어린 독백 연기가 빛나던 장면이었다.

◆ '어머니 소설에 대한 감상문' 전세 역전(15회)

동맹을 맺은 인숙과 임윤서(전미선 분)는 '며느리의 난'을 선포했다. 공회장은 육성이 담긴 도청 테이프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공회장은 인숙을 압박하기 위해 지훈을 조니 피살사건의 살해 용의자로 만들려는 계략을 세웠다.

공회장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돼가던 때, 인숙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공회장에게 '어머니 소설에 대한 감상문'이라며 의문의 편지를 건넨 것. 편지에는 고아원 출신에서부터 양공주, 조니 살인에 이르기까지 인숙의 실체가 적혀 있었다. 이 편지는 공회장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며 또 한 번 전세를 역전시켰다.


◆ "내가 죽였어, 조니" 인숙의 오열(18회)

최종회에서 마침내 조니 죽음의 실체가 밝혀졌다. 조니는 JK클럽 사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인숙을 찾아와 자신을 아들로 인정해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그러나 인숙은 자신이 조니의 엄마라는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다.

절망한 조니는 페이퍼 나이프를 인숙의 손에 쥐어주고는 자신의 배를 찌르게 했다. 인숙은 119에 전화를 걸었다. 조니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구급대 출동을 막으며 죽음을 맞이했다. 인숙은 이 사실을 지훈에게 실토하며 오열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숙, 지훈으로부터 인간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인숙이었다.

한편 '로열 패밀리'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대본과 정교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추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았다. 단순히 재벌의 이면을 파헤치기 보다는 인물들이 어떻게 싸우고 성장하면서 구원을 받는지를 밀도있게 그려내 호평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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